2016년,지방에 이사간 후로 한 10년을 못가봤던 동대문을 봤을 때의 느낌은 잊지 못한다. 라스베이거스인가 센텀시티인가.대구살던 나에게는 눈이 휘둥그레질만큼 삐까번쩍한 상가들은 더이상 어릴적 엄마 손에 끌려가던 시장이 아니었다.길거리에 지저분하던 먹거리는 죄다 사라지고, 이 찬란한 조명은 동성로 한복판에서도 못 본 것들. 엄청 흥분한 나는 밥도 안먹고 5시간을 줄곧 다리가 부러져라 돌아다녔다. 그러나 5시간의 쇼핑 후에 손에 남은 건 콜라 한 캔. 나를 이렇게 빈손으로 남겨놓을 동대문이 아닌데 왜 나는 아무것도 사지않았나.

 사실 동대문은 나같은 사람한테 굳이 친절하지 않아도 별 상관이 없다. 건물에 들어가있는 대부분의 가게들이 도매, 즉 대량판매를 목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많아야 2벌 사고마는 뜨내기까지 상대하지 않아도 별 손해는 없다.
 이런 부분을 알고있지만 그래도 뭔가 사보겠다고 간 곳에서 냉대하면 기분이 참 멋쩍다. 카드 안돼, 응대 안해줘, 시장의 묘미인 흥정도 잘못 시도했다간 정말 분위기만 싸해진다. 뻘쭘해진 소비자는 자연스레 발걸음을 돌리기 마련이다. 특히 요즘같이 돈을 더 내더라도 나은 서비스와 품질을 보장받으려는 선택이 만연한 사회에서 더더욱 동대문의 입지는 줄어든다.
 
 오가는 사람이 준다는 것은 크게 보면 동대문 상인에게도 손해다. 왜? 밤이 되면 소란해지는 휘황찬란한 조명과 셔틀버스( A건물과 B건물 사이를 이동한다.)는 관광지로써 동대문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적지 않음을 말한다. 가장 큰 증거는 뭐니뭐니해도 면세점이지만.
 현지인의 발걸음이 줄면 머지않아 외국인들도 고개를 돌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 몇 년 지난 여행책을 붙잡고 남들 다 간 그 곳을 가보는 여행은 이미 촌스럽다.
 이런 움직임이 동대문을 크게 뒤흔들지 아닐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더이상 사람들은 '원래 그렇다'는 이유로 불편함을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뜨내기와 한장 손님에게 퉁명스러웠던 동대문이 이제는 이해되기 어렵다. 동대문이 고집을 피워 명동과 같이 되기보다 DDP와 같은 변화를 추구하길 내심바래본다.



읽어 볼 만한 글들

동대문시장 변화, 디자이너와 상생이 답이다
http://www.bobbinjournal.com/archives/6139

1인 패션기업들의 소량제작 시스템은 성공할 수 있을까?
http://fashionple.co.kr/3308/

외국인 관광객, 명동서 동대문으로 방향 바꾸는 까닭은 - 2015년 글
http://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246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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