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어떤 옷들이 유행했었나를 벌써 돌이켜보면

단연 흥미로운 것은 PVC였다. 

소재가 새롭고 흥미로운 것은 네오프렌의 유행 때 이미 놀랐고,

내가 PVC에 놀란부분은 이 소재의 유행이 '흐름에 맞나'하는 것이었다.


패션계는 이제 서로 누가 더 자연적인가를 이야기한다.

구찌의 마르코 비자리가 "모피를 쓰는 건 현대적이지 않다.  모피 소재를 쓰지 않고도 창의적인 패션을 보여줄 수 있다." 고 말하며 

모피 제품 라인을 생산중단한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이미 앞서 수많은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모피와의 절연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 디자이너들 - 한국패션협회

http://koreafashion.org/info/info_content_view.asp?num=1046&pageNum=1&cataIdx=803&clientIdx=1115&SrchItem=&SrchWord=&flag=2


진짜로 이런 움직임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건 우리에게 에코백은 이제 '데일리백'이라는 점이다.

여우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피제품은 이제 멋이 아닌 공포다.



이런 상황에서 PVC소재의 유행은 사실 좀 생뚱맞다.

척 보기에도 합성물질.

비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재가 어떻게 2018년 여름에 이렇게 대유행하게 되었나.

생활 속 유해 물질 'PVC'에 대해 아시나요? -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406031816012


세상사 한개의 흐름만 있는게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이런 패션계의 행보는 흥미롭고 신선하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속알없이 멋만 추구한다고 패션을 비난할 수 있지만

사회와 경제 면에서도 역사를 되짚어본다면 이런 물음표 나올만한 일들은 늘 있었다.

또, 에코에 질려가는 고객들에게 신선한 바람으로는 확실히 기능했고 말이다.

올해 여름, 사람들에게 PVC의 투명함은 즐거움이었다. 수요가 확실히 말해준다.

논란과 대란 사이 '비닐 패션'..투명한 PVC 소재 열풍

https://news.v.daum.net/v/20180708155611863?f=m

또, 소재의 원가 역시 저렴해 브랜드와 '보세'에서도 두루 활용하고 제작하기 용이했으니,

칼의 말은 또 한번 옳았던 것이다. "플라스틱은 오래되고 뻔한 프랑스산 옷감보다 훨씬 낫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소재를 패션에 들고 온다는 것은 많은 걱정이 필요한 일이다.

분명 누군가 옆에서는 '아무도 하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할 것 이고

질긴 PVC를 잘라 구부리고 재단하고 애써 박음질하며 망설임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끝끝내 이 화창한 여름에 통풍되지 않는

보기에만 시원한 PVC를 이어붙인 아이템을 입고

모델들이 내리쬐는 햇살 밑을 걷게 만든 것.

나는 이런 면에서 패션에 또 한번 감동한다.

작가의 번뜩이는 한줄의 문장은 작가의 것이지만,

옷의 어느 한 조각 오롯이 나의 의지만으로 만들어 지는 것은 없다.

생산자, 디자이너, 홍보, 모델.. 많은 이들이 위험한 모험에 즐겁게 참여하는 것이 늘 흥미롭다.

샤넬이라는, 버버리라는, 셀린느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그 정통성과 고고함에서

젊고 새로운 아이템이 탄생될 때 누구도 끝까지 반대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름다웠다.

만약 이 소재의 유행이 실패했다해도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의 새로운 도전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기사가 흥미로워하고 즐거워했을 것은 확실하다.


브랜드의 값비싼, 때로는 터무니 없는 가격을 즐겁게 내는 것은 이런 이유다.

천재성있는 예술가에게 후원자가 몰리듯

우리는 제품을 사며 브랜드가, 디자이너가 또 다른 모험을 할 수 있는 여비를 마련해준다고 생각한다.

그 모험이 실패하더라도 실패해보는 것으로 또 성장할테니 즐겁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인 나에게도 이 유행은 크게 걱정되는 일은 아니었다.

크게 보자면 세계는 점점 자연적이어가니까. 한두번의 숨을 돌릴 일은 필요하다 생각했다.

당장 이번시즌 함께 유행한 것만 보더라도 린넨, 뱀부, 라탄이었으니 말이다.

이번 옷들은 다 거기서 거기네 라고 생각할 때쯤 등장하는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 브랜드들은 나를 질릴 수 없게한다.

쥐락펴락의 고수인 패션계에 네오프렌, PVC 다음으로 등장할 신선한 소재는 어떤 것인지,

또 어떤 면에서 신선할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샤넬의 FLAP BAG. 2600달러.

https://www.chanel.com/us/fashion/p/A57408Y83559C2488/flap-bag-pvc-lambskin-silver-tone-me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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