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론 4월호 스트릿 기사를 개제한 류용현 에디터를 비판합니다.

 평소 나일론의 문체답고 서정적인 기사와 인터뷰를 사랑하고 자랑하던 독자 중 한명입니다. 어떤 잡지를 살지 고민하는 지인들에게는 서슴없이 '나일론'을 추천하던 제가 4월호를 읽은 지금, 저를 믿고 잡지를 구매하고 구독하던 지인들에게 부끄럽고 민망한 마음만 가득합니다.
 4대 패션쇼의 스트릿 패션을 취재한 기사가 문제였습니다. 스트릿 패션의 가벼움과 젊은 분위기에 어울리는 레이아웃과 코멘트, 분위기 모두 다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즐겁게 읽어나가던 글이 중반부 부터 제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왔습니다.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아실껍니다. 조금만 튀는 패션으로 나서도 따라붙는 시선과 말들. 그것이 여성일 경우에는 정도가 과격한 일이 허다했습니다. 저 역시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숱하게 길에서 겪어온 '이성의 잣대'를 본 기사에서 느꼈습니다. 아주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부터 정확히 류용현 에디터가 작성한 기사였습니다.
"은근한 섹시미를 강조한 여인. 하지만 제 눈엔 아닌 것 같아요."
"딱 제 이상형입니다!"
"본인이 애연가이기 때문."
 이 외에도 사진으로 추측하는 멘트들은 그 에디터가 남성임을 인지하기 전부터 길에서 던지는 추파와 같이 깊이가 없었습니다.
 나일론이 추구하는 패션은 무엇인가요? 각자가 원하는 옷, 원하는 무드를 연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아닌 획일화되고 유행에 맞는 패션만 추구하십니까? 아니라면 이는 패션 뿐 아니라 기사의 멘트에도 주의를 요구해야하는거 아닐까요? 다양함을 추구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내가 좋아하고, 다수가 좋아하는 것을 기본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고려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류용현 기자의 코멘트는 전혀 독자들에게 도움도 즐거움도 되지 않았습니다. 과반수가 여성으로 구성된 나일론 사측에서 이러한 내용에 아무도 태클을 걸지 않은 것도 사실 놀랍습니다.
 혹여 에디터가 남성이라서 제가 이 멘트에 불쾌해한다는 생각이 있으시다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처음엔 에디터의 성별을 모른채로 읽어내려갔다는 점 말씀드립니다. 미투를 지지하는 기사와 젠더감수성이 없는 기사가 공존하는 나일론에게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당신들에게 미투운동과 같이 최근 사회에서 각광되는 운동들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하나의 매거진이 가져야할 무게감 조차 지니지 못한 4월호의 나일론은 그야말로 실망이었습니다. 나는 이 글을 4월호를 구매한 즉시 썼다가 나 스스로 감정적이고 무이성적으로 썼을까 고려해 퇴고하여 지금 게시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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