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를 꿈꾸는 학도로써, 보그의 21주년 8월호를 사지 않을 수 없다.
두산매거진의 탄탄한 바탕은 보그가 21주년 동안 '보그다움'을 만들고 유지시키는데 큰 힘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특별하고 소중한 부록을 위해 얇게 제작될 수 밖에 없었던 표지의 재질에 받는 순간 웃음이 났다. 늘 여유롭고 체에 거른 모래처럼 걸림없게 느껴져 '잘사는 언니'같은 느낌에서 한계단 내려온 것 같달까.
잡지의 재질과 여유없는 타이핑은 늘 내게 아쉬움이자 안타까움이였다. 21세기가 되도록 빳빳하고 광택나지만 화학적 냄새가 나지 않는 제지가 개발되지 못한 것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이번 보그의 8월호는 유기적이였다. 하나의 큰 책을 보듯, 셀럽과 모델들이 어릴적만든 색종이 고리들처럼 제 색들을 유지하며 하나의 줄을 만들었다. 유아인의 인터뷰잉, 오랜 시간 패션계에 숨쉬던 장윤주, 송경아..
모두 하나의 카테고리에 넣을수도 뺄수도 있는 절묘한 섭외였다.
보그는 과거 - 현재 - 미래순의 한편의 훌륭한 잡지를 만들어냈다.신진 모델이 보그의 표지모델이 된 자신이 프린팅된 옷을 입고 찍은 화보로 보그는 그들이 아닌 자신들의 '미래'를 이야기 한듯했다. 이렇게 군더더기 없는 표지가 만들어 지기에는 '21주년'이라는 묵직한 이유가 있어야만 하나 싶어 좀 아쉽기도 했다만.
잡지의 오랜 변비같은 문제인 '남자같음'과 '여자같음'은 여전히, 한국어로 할 수 있는 것도 영어로 바꾸고야마는 워딩은 여전히 존재했으나 상당부분 발전했음은 볼 수 있었다.
가장 마음을 때린 아모레의 1세대 방문 판매원 ㅁㅁㅁ님의 화보.
혁신을 두려워하는 것은 그것이 진부한 혁신일때 최악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인데, 화보는 성공적으로 혁신이였다.
스타일링은 어떤 페이지든 군더더기 없이 아름다웠고, 텍스트는 한국인 특유의 소심하고 안정적인 추구를 벗어나 꽤 직설적이고 실험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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